“나는 지역주의에 맞서 싸우겠다.”
1988년, 대한민국 국회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정제되지 않은 말투, 번지르르하지 않은 외모, 그러나 누구보다 진심 어린 목소리로 대중 앞에 섰다. 그가 바로 ‘바보 노무현’이었다. 이 말은 조롱이 아닌 찬사였다. 불리한 길임을 알면서도 묵묵히 걸어간 정치인, 그가 남긴 첫 걸음을 따라가 본다.
부산에서의 첫 출마, 그리고 낙선
1981년, 변호사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노무현은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 동구에 출마했다. 결과는 낙선.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이후에도 여러 번의 낙선을 경험했다. 부산이라는 지역은 보수 성향이 강했고, 민주계 정치인에게는 험지였다. 하지만 노무현은 출마할 때마다 “이 지역주의는 반드시 깨야 한다”는 소신을 내세웠고, 이 때문에 그는 점점 ‘지역주의에 맞선 정치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8년, 국회의원이 된 노무현
노무현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것은 1988년. 전국구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부산 동구에서 당선되며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듬해 그는 역사적인 **‘5공 청문회’**에서 당당히 마이크를 잡는다.
“전두환, 당신은 지금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군사정권과 기득권에 대한 그의 질문은 날카롭고도 정직했다. TV로 생중계되던 청문회에서 그의 발언은 전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는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다.
바보 노무현, 지역주의에 맞서다
정치인으로서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부산에서 여러 차례 출마했지만 낙선이 반복됐다. 사람들은 말했다.
“왜 하필이면 부산이냐. 수도권에 나가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여기서 당선되어야만 지역주의의 벽을 깰 수 있습니다. 여기가 내가 싸워야 할 전선입니다.”
이러한 선택은 정치적으로는 손해였지만, 사람들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다. 그는 ‘정치를 위해서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해 ‘바보’가 되기로 한 것이다.
‘노사모’의 탄생, 정치의 새로운 흐름
이 무렵, 그의 진심을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였고, 당시로서는 매우 새로운 형태의 시민 정치 참여 방식이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정치권 내부의 인물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선택한 ‘희망의 상징’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마무리하며
정치는 숫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노무현은 숫자가 아닌 ‘가치’로 평가받길 원했다. 그는 대중 앞에서 인기 있는 말보다, 옳다고 믿는 말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가시밭길이었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여기서부터 비로소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역주의에 맞선 한 사람, 바보가 되기를 자처한 한 정치인의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었다.
📌 다음 편 예고
EP.3 대통령이 된 바보 – 참여정부 5년, 그 빛과 그림자
노풍의 탄생부터, 탄핵 사태, 개혁과 갈등의 기록까지. 국민과 함께 만든 참여정부의 숨은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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