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았을때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려 작성한 후기입니다.
서울 한복판, 을지로의 낡은 골목 사이. 화려한 간판이나 감성 인테리어는 없지만, 그곳에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식당이 있다. 이름하여 ‘을지면옥’. 평양냉면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고, "서울 3대 평양냉면"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나 역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된 냉면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을지면옥을 찾았다.
을지로 3가역에서 도보로 3분 정도,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심플한 간판의 ‘을지면옥’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임에도 대기 줄이 길다. 현지인, 직장인, 심지어 관광객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오래된 노포의 분위기답게 내부는 넓고 좌식, 입식 좌석이 섞여 있어 단체 손님도 많이 보인다.
나는 가장 기본인 **‘물냉면’**과 함께,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수육’**도 함께 주문했다. 먼저 수육이 나왔는데, 한눈에 봐도 잡내 없이 삶은 돼지고기가 도톰하게 썰려 나왔다. 고기의 결이 살아 있고, 적당한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완벽했다. 한 점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씹히는 감촉,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고기 본연의 맛. 여기에 같이 나오는 겨자 간장 소스를 살짝 찍어 먹으면 그 조화가 기가 막히다. 개인적으로 이 수육만 따로 사서 포장해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메인 메뉴인 ‘물냉면’ 등장. 맑은 회색빛 육수가 투명한 사기 그릇에 담겨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돈다. 육수 한 숟갈 먼저 떠먹어봤다.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 듯 하지만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스타일. 육향이 은은하게 퍼지는데, 감칠맛과 청량함이 어우러져 평양냉면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면은 메밀 함량이 높은 듯 탱글하면서도 부드럽게 끊어진다. 한 젓가락 휘감아 입에 넣으니 면발이 탱글탱글 입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나오고, 육수와 면이 입 안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반쪽으로 썰린 삶은 달걀, 얇게 썬 소고기 고명까지 – 하나하나 다 정성스럽다.
을지면옥의 평양냉면은 단순히 ‘시원한 냉면’이 아니다. 마치 한 그릇에 시간과 정성을 담은 듯, 깊이 있고 묵직한 맛의 결을 보여준다. 평소 매콤하거나 강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짜 냉면의 맛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입구에는 여전히 대기 줄이 이어져 있었다. 이 골목 안의 오래된 냉면집이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그 인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을지면옥
- 주소: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30길 12
- 전화: 02-2266-7052
- 영업시간: 11:00~21:00 (일요일 휴무)
- 대표 메뉴: 평양냉면, 수육, 비빔냉면
- 가격대: 물냉면 약 15,000원 / 수육 약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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